구리 님 타로 백업
나의 꿈을 가지세요.
두 사람은 이미 깊은 신뢰와 시간을 쌓은 사이입니다. 서로를 잘 알고, 익숙해졌고, 또 곁에서 떠난다면 허전해질 정도로 일상 속의 당연한 존재입니다. 이 시간대는 서사에 따르면 SCENE 3, 또는 그 이후까지 예상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 세실리아는 어디론가 떠나고 싶어하는 것 같습니다. 모험인지 여행인지 모를 '움직이고자 하는 욕구'가 느껴집니다. 글라디오가 함께 간다면 좋겠지만, 만약 여러 사정으로 불가피하다면 혼자라도 다녀올 것 같은 기세입니다. 그리하여 갑작스레 여러 일을 조율하던 도중... 글라디오는 꿈을 꿉니다.
세실리아가 기억을 되찾는 꿈을 꾸는 것 같습니다. 꿈 속의 세실리아는 '글라디오가 알고 있는 세실리아'의 기억과, 자신이 잃어버렸던 '이전의 세실리아'의 기억을 동시에 가지고 있는 상태입니다. 그러므로 두 기억과 '세실리아'가 충돌하여 혼란스러운 모습을 보입니다. 이런 상황이 올 거라고 예상해본 적도 있지만... 막상 그 파도처럼 밀려오는 생각들을 온몸으로 맞고 있자니, 섣불리 결정하거나 말할 수가 없습니다. 세실리아는 이런 모습을 글라디오에게 보이고 싶지는 않은지 그에게서 잠시 멀어지려 합니다. 꿈 속의 세실리아는 '이 마음을 해결하고 돌아와야겠다' 생각하고 있습니다. 물론 그것이 얼굴에 표현될지는 미지수죠.
꿈 속의 글라디오는 세실리아가 영영 떠날 것만 같다고 느껴버렸습니다. 세실리아가 혼란스러운 나머지 무언가 설명하지는 못 한 모양입니다. 하지만 정황상 기억을 찾은 것 같다 눈치챈 후인 거예요. 신경쓸 게 많은 세상을 지나와서 그런 감은 항상 틀리지 않으니까요. 약간 남아있던 마음의 빚 때문에 기억을 되찾는다면 좋은 일이다, 생각하려 하지만 아쉬움도 당연합니다. 붙잡고 싶어 다가섭니다. 어떻게 말해야 할까? 서운할 것 같다고? 말없이 붙잡을까? 함께 네 이전의 삶을 알고 싶다고 할까...? 악몽처럼 여러 상상이 뒤섞이며 꿈은 얕아져만 갑니다.
이 꿈의 핵심은 글라디오가 상상할 수 있는 미래의 모습들 중 하나가 나타났다는 것입니다. 글라디오는 실제로 우리가, 세실리아가 될 수 있는 모습에 대해 상상하곤 한 모양이에요. 같이 일을 한다거나, 정말 모험을 떠난다거나... 글라디오도 궁금해했던 기억에 대한 이야기가 구현되었을 뿐이에요. 하지만 이런 꿈이라면 눈살을 잔뜩 찌푸리다가 간신히 일어나지 않았을까 합니다.
꿈을 통해 표면화된 것은 내심 흔들리는 글라디오의 마음. '갑자기 떠난다면 싫을 것 같다' 라는 무의식이 이 꿈에 수증기처럼 꽉, 꽉 들어차 있습니다. 여러 생각을 하다가 결국 내뱉지 못하고 깨어난 것도 지금껏 해오던 상상이 매듭을 완성하지 못했다는 뜻이지요. 이 꿈 자체가 약간은 불쾌하거나 곤란하게 느껴질 것 같습니다. 아직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는데 괜히 마음을 흔들리게 만든다고 말이죠. 글라디오는 아주 먼 미래에는 확신이 없고, 또 그정도로 확신해두었다가 찾아올 실망과 배신을 원하지 않습니다. 타인에게 어느정도 관계의 방향을 맡겨버리는 건 그의 경험, 환경이 만든 태도이기도 할 것입니다.
메타적으로 이번 꿈이 원하는 것은- 그런 태도에서 벗어나는 겁니다. 이 꿈처럼 아무 말 하지 못하고 끝내버릴 거야? 현실은 악몽처럼 깨어날 수 있는 게 아닙니다. 글라디오는 이 관계에서 망설이는 단계에 있습니다. 그대로 방어적인 태도를 유지할지, 자신의 본심을 정리하고 내뱉을지는 앞으로의 일입니다. 자신도 자신의 마음을 모르는 걸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결과적으로, 지금 세실리아와 글라디오는 앞으로 어디에 갈지 찾아가는 시간을 가집니다. 그 모험이라는 거 목적지가 없었던 모양이니까요. 아직은 떠날 때가 아닙니다. 이왕 간다면 제대로! 즐거울 수 있게! 움직이기 전의 두근거리는 일상에서, 두 사람은 자신을 돌아볼 시간을 충분히 가지게 될 겁니다. 세실리아는 얼마나 재밌을지 상상하는 게 고작이겠지만, 글라디오는 조금 더 사색에 잠길지도......
꿈에서 깨어납니다.
Q1.
세실리아의 움직이고자 하는 욕구는 정말 돌연히 생겨난 것일까요?
이를 본인이 직접 얘기한 것인지 글라디오 쪽에서 눈치를 챈 것인지가 궁금합니다 …
어딘가 가고 싶다~ 전에 가려다 말았으니까~ 이런 식의 생각을 직접 말했을 것 같아요. 근데 뭔가 붕 떠있는 듯해서 무슨 생각 하냐고 물어봤다가 듣게 되었다는 상황이 상상됩니다(ㅋㅋㅋ)
Q2.
악몽을 꾼 후 깨어난 글라디오가 즉시 취했을 행동이 궁금합니다! 이야기한다던가 그냥 묵혀둔다거나 그런 류의 행동으로 ...
방금까지의 그 일이 꿈이라는 걸 알고 나서는 평소처럼 일어나서 세수하고 하루를 시작했을 것 같은데요(ㅠㅠㅋㅋ), 나중에 멍하니 있다가 갑자기 아... 신경쓰이네... 하고 떠올리지 않았을지...
Q3.
마지막으로 ... 꿈의 뒷 내용이지만 /// 글라디오가 다가선 후, 생각했던 말을 세실리아에게 전달하는데 성공한다면... 세실리아가 취할 태도가 궁금합니다.
같이 있으면 너무 좋지~ 하는 느낌? 사실 함께하고 싶었다는 글라디오의 태도가 어땠든 세실리아는 아무렇지 않게 받아들이고 기뻐합니다. 왜냐면 자신도 그러니까요. (분위기가 엄청 진지하게 이야기하기보단 좋다좋다!! <st긴 한 듯...)